건축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좋은 건축물은 예술 작품의 하나라고 생각하기에, 건축디자인 그룹이나 페이지를 여럿 팔로우한다. 세계에는 참으로 훌륭하고 멋진 건축물이 많아서, 내가 모르는 건축디자인이 보이면 즐겁게 살펴본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마음이다.
요즘은 진짜 존재하는 건축물 사진도 물론 많지만, AI로 그려서 올리는 건축물 이미지도 많아져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나는 아무리 훌륭하고 멋진 건축디자인이라도 AI가 그린 이미지는 볼 생각도 없고, 가치와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건 일종의 ‘환상’과 같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피카소의 그림은 당연히 피카소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고흐의 그림은 고흐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또한 그렇게 고유한 작가가 그려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AI는 피카소나 고흐의 그림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그려서 대중 앞에 내놓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그림은 피카소의 그림일까, 고흐의 그림일까,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든 전혀 새로운 이미지일까. 언뜻 사람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든 이미지와 작가가 직접 그린 작품을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와 프로그램이 만든 결과물은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하려는 건 아니었고, 아래 이미지는 조금 신기해서 글감이 되었다.
아래 건축물은 노출콘크리트로 지은 이층 건물로, 기본 개념은 우리집과 매우 비슷하다. 이미지만 보면, 이 건축물이 실제 존재하는 건축물인지, AI가 그린 가상의 이미지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는 이 건물이 ‘진짜’ 건물이라고 판단했는데, 그 근거는 건물의 옥상을 이루는 엣지 부분에 물때가 검은 얼룩으로 흘러내리는 걸 봤기 때문이다.
저 물때는 우리집 건물에도 생기는 얼룩으로, 몇 년마다 한번씩 세척을 해주어야 한다. 도시에 있는 똑같은 노출콘크리트 건물은 매연과 공해 등으로 물때가 더 자주, 더 짙게 생기므로, 세척도 일년 단위로 해주어야 그나마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아래 건축물은 개인주택으로, 집을 둘러싼 화산석이 마치 집을 덮고 있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이 주택이 ‘아이슬란드’에 있다는 걸 알면, 화산석 가운데 집을 지은 게 건축주의 의도라는 걸 알 수 있다.
즉, 건축물 자체-노출콘크리트-만으로도 보통의 경우 ‘부르탈리즘’, ‘모더니즘’,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건축물로 충분히 인정받지만, 아래 건축물은 여기에 주변을 화산석으로 뒤덮으면서 ‘부르탈리즘’의 개념을 극대화 하고 있다. 건물 자체도 노출콘크리트와 유리 외에 다른 부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점, 건물 주변으로 풀이나 식물 등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뒤쪽에서 흘러내리듯 배치한 화산석의 형태가 산을 이루고, 그 속에 인공물이면서 마치 자연물(화강암-바위)처럼 보이는 건축물의 존재가 물체의 속성 그 자체를 온전히 드러내면서 자연과 어우러지는 매우 독특하고 혁명적인 디자인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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