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이야기 2. 중국 만년필 ‘홍디안 D5’ 역시 피스톤 필러 방식으로, 대형기라고 하기에는 펜촉이 조금 작다. 마존P140의 펜촉이 8호닙이라면 이 만년필은 6호닙으로 보이는데, 자세한 규격을 찾기 어려웠다. 혹시 아시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길.
홍디안 D5는 만듦새가 퍽 훌륭하다. 무게도 약간 묵직하고, 겉에 세밀한 이미지 세공이 결코 싸구려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기본 촉인 F를 선택했는데, 굵기도 적당하고, 글씨 쓸 때 사각거림이 ‘마존P140’보다는 확실히 느낌이 있다. 잉크를 넣고 지금까지 잉크가 마르지 않고, 잘 써지는 걸 보면 제품의 완성도는 인정할 수 있다.
만년필 메이커를 따지지 않고, 만년필로 글 쓰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카페에서 이런 만년필로 필사를 하든, 창작을 하든, 캘리그라피를 하든 즐거운 시간을 보낼 걸로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브랜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나부터도 그렇다. 반성한다.) 최근 중국제 DAP, 이어폰, 헤드폰, 앰프, 만년필 등을 쓰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중국 제품이라고 모두 싸구려는 아니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분명 있고, 내가 쓰는 중국 제품들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최근 10년 이내에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보는데, 그건 중국이 불과 10년 전부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뜻도 된다. 그 전까지는 무수히 많은 제품을 생산하긴 했어도 ‘질적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질적 변화’가 일어난 게 내 관점으로는 10년 전쯤 부터다.
‘홍디안’ 만년필도 초창기에는 불과 몇천 원짜리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몇천 원짜리 만년필이 있지만, 3만 원대 이상 제품들은 어느 정도 품질을 보장하는 걸로 보인다.
몽블랑을 비롯, 하이엔드 만년필 시장은 고급한 시장으로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만년필을 좋아하고, 취미로 만년필로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유명 브랜드의 비싼 만년필을 구입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품질 좋은 만년필로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홍디안 D5’를 추천하겠냐고 묻는다면, 추천한다. 다만, 어떤 제품이든 개인의 호불호가 있으므로,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만년필에서 딱 두 가지만 보는데, 1) 잉크가 마르지 않을 것, 2) 펜촉이 종이에 심하게 긁히지 않을 것 즉 필기감이 나쁘지 않을 것이 그 조건이다.
펜촉은 샌드페이퍼에 갈아서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익숙하게 되면 그것도 한 방법으로 보인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