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더욱 빨라지고 쉬워진다
1995년 말에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95’는 세계 컴퓨터 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컴텍스쇼’에서도 ‘윈도우95’를 주축으로 한 각종 응용프로그램들이 큰줄기를 이루고 있었고 ‘윈도우95’에 대항하는 IBM의 ‘OS/2’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이제 컴퓨터는 거대한 두 줄기로 흐르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컴퓨터의 두뇌로 핵심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는 인텔에서,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95’가 세계 컴퓨터의 80%를 차지하는 IBM호환 기종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에 맞서 IBM, 모토로라, 애플사가 합작하여 만든 파워 피시(POWER PC)와 애플사의 매킨토시가 다른 한줄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힘의 균형은 비교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세계 컴퓨터 시장의 발전과 흐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다. 이 힘이 언제까지 오랫동안 계속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1995년 한 해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 인텔사에서 펜티엄(P5) 프로세서를 대중화하여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더욱 빨라졌다는 것과 이에 따라 486 컴퓨터가 거의 단종되기에 이르렀다. ‘윈도우95’의 출현은 빠른 컴퓨터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또한 갑자기 휘몰아친 인터넷 바람으로 인터넷은 가장 주목받는 세계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 회장은 인터넷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20년만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래에 나와 같은 사람이 나온다면 그것은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드웨어의 약진
이미 1995년 말부터 하드웨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중앙처리장치(CPU)가 486에서 펜티엄으로 바뀌는 것과 함께 버스방식도 VESA에서 PCI로 바뀌고 각종 주변장치들도 고급화하면서 가격이 낮아졌다. 따라서 컴퓨터는 처리속도나 저장능력에 있어서 일정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중앙처리장치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인텔의 독주를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분간은 인텔의 독주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텔은 1995년에 펜티엄 프로세서를 내놓고나서 곧바로 ‘펜티엄 프로’를 발표했는데, 이는 486프로세서에서 펜티엄 프로세서의 발표기간에 비하면 매우 빨라진 것이다. 다른 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경쟁을 의식해서 발표를 앞당긴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인텔이 개발한 NSP(Native Signal Processing) 기술은 인텔의 위치를 더욱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NSP 기술은 인텔이 컴퓨터 환경을 전면 개편하기 위해 내놓은 새로운 컴퓨터 기술로 중앙처리장치 안에 음악 카드와 팩스 모뎀, 그래픽 카드 등에 해당하는 기능을 모두 넣을 수 있어서 별도의 확장보드가 전혀 필요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인텔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 IBM, 모토롤라, 애플 컴퓨터가 합작하여 ‘파워 PC’를 개발했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파워 PC 620 프로세서’는 인텔의 펜티엄이나 펜티엄 프로 프로세서보다 성능이나 호환성에서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얼마나 널리 확산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인텔의 펜티엄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도스’와 ‘윈도우즈’를 주 운영체제로 사용한다면 ‘파워 PC’는 ‘도스’, ‘윈도우즈’는 물론이고 애플의 ‘System7’, IBM의 ‘AIX’와 ‘OS/2’ 그리고 ‘PowerOpen’, ‘Solaris’, ‘Taligent’, ‘윈도우 NT’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를 기록하는 저장매체의 변화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저장매체 가운데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하드디스크와 플로피디스크 정도였다. 여타 백업장치들이 있기는 했지만 개인이 쓸만큼 성능이나 가격이 적당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95년 말부터 나오기 시작한 대용량 저장매체들은 가격과 성능면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하드디스크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하드디스크는 1MB당 2백원 정도에 불과하다. 즉 1기가바이트(GB) 하드디스크가 20만원 정도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내려가서 1MB당 1백원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드디스크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플로피디스크의 용량이 1백MB, 1기가바이트로 커지고 가격도 하드디스크 하나 값과 비슷하게 판매되고 있다. 이것은 예전의 플로피디스크와는 다르지만 하드디스크는 아니고 대용량 저장매체로 데이터를 백업하거나 멀티미디어 파일을 담아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플로피디스크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CD-ROM이 대중화되어 있지만 곧 CD-ROM은 위기를 맞을 것이다. 현재 개발이 완료단계에 있는 DVD(디지틀 비디오 디스크)가 시디롬보다 수십 배 이상의 저장용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영화나 게임 등은 DVD에 담겨져 나올 것이다. 다만 시디롬은 현재 데이터를 읽기만 하고 쓰지는 못하는 기능에서 읽고 쓰기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데이터를 백업하고 저장하는 매체로 시디롬이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출력장치인 프린터는 이미 가격파괴가 시작되어 레이저프린터가 잉크젯프린터 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또한 컬러레이저프린터가 선보이고 있고 가격도 예전 레이저프린터 가격인 1백만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잉크젯프린터는 20만원대에서 40만원대까지 여러 종류가 있으며 컬러 인쇄품질이 매우 좋아진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음악카드, 비디오시디, 오버레이보드, 모뎀 등 여러 주변기기들의 성능향상이 계속된다. 앞에서 인텔이 NSP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음악카드, 비디오시디, 모뎀 등 몇 가지 주변장치에 해당하는 기능들이 중앙처리장치에 들어가게 되면 컴퓨터는 더욱 사용하기 간편해질 것이다. 또한 모든 하드웨어가 플러그&플레이(PnP)기능을 가지게 되면서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주변장치를 슬롯에 장착하기만 하면 소프트웨어(운영체제)가 자동으로 인식을 하게 된다.
현재 개발중인 획기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가 USB(universal serial bus)이다. 현재 사용하는 버스방식은 베사로컬(VESA)과 PCI인데,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입출력장치는 컴퓨터가 XT에서 펜티엄으로 발전하는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USB가 개발되어 표준이 된다면 키보드, 마우스, 모뎀, 스캐너, 프린터 등 모든 외부 입출력 기기는 이 USB로 통합되게 될 것이다. 사용자는 마우스와 모뎀의 충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하드웨어 때문에 속썩을 일도 없게 된다.
이 USB는 현재의 시리얼 버스에서 주고 받는 데이터 속도의 약 100배인 12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하나의 포트에 127개까지의 디바이스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PnP를 지원하고 컴퓨터가 켜진 상태에서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기능(hot-plugging)을 지원하므로 아무때나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대기업에서 판매하고 있는 ‘홈피시’의 개념이 이런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가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주변장치에 관해서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마치 가전제품처럼 쉽고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는 컴퓨터가 보급되는 것이다.
운영체제의 변화
95년 말에 ‘윈도우95’가 발표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도스(DOS)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개발되면서 탄생한 도스는 20여년 만에 역사의 화석이 된 것이다. 도스는 컴퓨터의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정신’과 같은 것이었지만 그 사용법과 환경이 너무 어려워서 지금까지 컴퓨터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높은 장애물이 되어 왔었다.
그런 도스가 죽었다고 선언을 했으니 분명 그보다 더 좋은 운영체제가 탄생한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도스는 죽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윈도우95’ 역시 도스라는 마차 위에 화려한 껍데기를 씌운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용자들이 도스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고 또 모든 명령을 마우스만으로 작업할 수 있으니 도스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윈도우95’에서 도스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니 IBM호환 기종 가운데 인텔 마이크로 프로세서(중앙처리장치)와 인텔 호환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쓰는 컴퓨터에서 윈도우즈를 사용한다는 것은 메모리의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윈도우95’가 기존의 도스나 ‘윈도우3.1’에 비해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래픽환경(GUI)으로 플러그&플레이 기능도 가지고 있고 32비트 성능으로 속도 또한 빨라졌다. 이같은 운영체제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인텔에서 펜티엄 프로세서가 발표되었고 뒤이어 펜티엄 프로가 나오면서 컴퓨터의 속도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운용할 수 없다는 불평은 사라졌다. 이제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며 완벽한 운영체제가 나오는가 하는 문제만이 남은 것이다.
인텔 계열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컴퓨터에서는 ‘윈도우95’가 나오기 전에 이미 32비트의 완벽한 그래픽 운영체제가 사용되고 있었다. 그것은 IBM이 개발한 ‘OS/2’이다. IBM은 지금은 거의 적이 되어버린 마이크로소프트사를 키워준 대기업이었지만 운영체제를 스스로 개발하지 못해서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IBM의 컴퓨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를 개발해주었고 그후 두 기업은 갈라섰지만 ‘OS/2’의 개발 초기까지도 두 기업은 공동으로 운영체제 개발을 했었다.
IBM이 개발한 32비트 운영체제 ‘OS/2’는 컴퓨터 전문가들에게 ‘윈도우95’보다 객관적인 성능 평가에서 더 좋은 성능을 인정받은 고급 운영체제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OS/2’보다 성능이 낮은 ‘윈도우95’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응용프로그램 때문이다.
‘윈도우95’는 이미 도스와 ‘윈도우3.1’이라는 든든한 바탕을 깔고 있는 상태에서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 회사들에게 개발환경을 제공해주었다. 따라서 현재 ‘윈도우’에서 실행되지 않는 응용 프로그램이 거의 없을 만큼, 또 ‘윈도우’에서 돌아가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질 만큼 많은 제품들이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OS/2’는 응용 프로그램의 종류가 적은 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쓰이지 않지만 ‘OS/2’나 ‘윈도우’보다 훨씬 고급의 운영체제가 사용되고 있다. 바로 애플 컴퓨터의 매킨토시에서 사용되는 운영체제인 ‘시스템7.X’가 그것이다. 현재 ‘OS/2’나 ‘윈도우95’가 지향하는 운영체제의 모습이 바로 매킨토시의 운영체제 ‘시스템7.X’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매킨토시의 운영체제와 비슷한 것이 넥스트 컴퓨터의 운영체제인 ‘넥스트스텝’이다. 이 운영체제도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고급 운영체제인데, 하드웨어를 사양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이 적었다. 이밖에도 개인용 컴퓨터가 아닌, 유닉스 계열의 운영체제들도 이제 개인용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는 떨어질 수 없는 협력관계이면서 경쟁관계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의 발전을 이끌어내고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촉진한다. 컴퓨터의 미래는 아직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미개척지와 같다. 최초에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혁명으로 발달하면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이끄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어떤 분야에서 컴퓨터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