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PC의 미래
지난 70년대부터 약 30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을 바꿀 정도로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해오던 컴퓨터 분야가 이제 다시 한번 질적인 도약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컴퓨터 분야가 데스크탑 중심의 하드웨어와 유선으로 연결된 인터넷이었다면 가까운 미래의 컴퓨터 환경은 휴대 전화 형태의 작은 컴퓨터와 무선 인터넷으로 대표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휴대용 PC를 가지고 다니면서 영상 통신, 무선 인터넷, 온라인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모든 영상들이 PC 위에서 3차원 입체 홀로그램으로 표현되어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구의 정지 궤도를 돌고 있는 수 백 개의 통신 위성을 통해 24시간 내려 받는 정보는 전세계 모든 도로 정보, 건물 정보, 사람의 위치 정보 등을 알 수 있다. 잃어버린 아이도 위치 추적장치로 곧바로 찾을 수 있고, 외국인과 만나면 실시간 통역으로 아무런 불편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집에 있는 모든 가전제품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어서 집 밖에서도 휴대용 PC로 밥도 할 수 있고, 설거지도 할 수 있으며 도둑의 침입도 영상으로 감시할 수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실현된 기술들도 있고 아주 가까운 시간 안에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일사천리로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얼마 전에 끝난 미국의 컴덱스 전시회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과 무선 통신, 소형 PC의 결합이었고 큰 구도는 현재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고 있는 컴퓨터의 환경에 휴대용PC와 무선인터넷이 정면으로 도전을 하는 것이었다.
포스트 PC의 선두주자인 PDA(개인휴대단말기) 시장에서는 미국의 팜 계열과 유럽의 노키아를 중심으로 하는 계열,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중심으로 하는 포켓PC 계열로 나뉘어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PDA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었던 팜 계열은 최근 포켓PC 계열의 적극적인 시장 공세로 25% 가까이 줄어들었고 포켓PC가 그 시장을 차지했다.
두 제품군의 가장 큰 차이는 운영체제에 있다. 팜 계열이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면, 포켓PC 계열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윈도CE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데스크탑 PC와 호환성을 강조하고 있다.
팜 계열의 운영체제는 PDA 환경에 맞는 작은 용량과 수 천 가지의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이미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어서 시장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가지고 있다. 팜 계열은 일본의 소니를 비롯해 유럽에서도 채택되고 있다.
윈도CE를 운영체제로 채택한 컴팩의 아이팩의 경우, 기존의 데스크탑과 완벽한 호환을 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PDA의 하드웨어 환경이 팜 계열보다 월등히 좋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제품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윈도CE에서 작동하는 응용 프로그램이 매우 적다는 것이 단점이다.
PDA 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지만, 기존의 데스크탑 PC와의 관계에서 PDA 진영은 2001-2002년 사이에 데스크탑 PC 분야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으로 예견되고 있다.
즉,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던 현재의 컴퓨터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반(反)윈텔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몸집이 큰 공룡같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신기술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주장하는 내용인데, PDA 분야에서는 모토롤라나 팜 계열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 쪽에서는 포스트 PC의 주도권 경쟁에 대비해 이미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선 인터넷, 블루투스, PDA용 운영체제, 초고속통신망 등의 기업에 직간접으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멀티미디어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인터넷 기술은 단지 10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현대 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정도로 무서운 발전을 이룩했다. 마치 자기복제를 하는 생물처럼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 사이버 공간에서 디지털 데이터를 자가 증식하면서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갔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확장해가고 있다.
포스트 PC의 개념은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의 정보사회에 대한 전망을 그려보는 개념이다. 따라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포스트 PC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기술적인 면에서 생각해 보자. 현재 포스트 PC와 관련된 대부분의 내용은 기술적인 면에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로 대표되는 컴퓨터의 소형화, 무선 인터넷 기술, 위성 TV, 초고속 통신망, 무선 네트워크, 음성 데이터 통신 등이 대표적인 포스트 PC의 기술들이다.
단지 휴대 전화로 사용하던 전화기가 인터넷과 무선으로 연결되면서 생활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 필요할 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휴대용 컴퓨터는 동영상 전화기로 사용되며 각종 개인 정보를 담고 있고,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음악, 영화 등 멀티미디어 자료를 검색하며 모르는 길을 갈 때, 가장 빠른 길, 차가 막히지 않는 길 등 지리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즉 네트워크는 단지 컴퓨터에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가전제품에 모두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무선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블루투스-이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 생산되는 모든 가전제품-TV, 냉장고, 전기밥통, 전자렌지, 전기오븐, 믹서기, 식기세척기, 세탁기, 청소기, 조명 등-에는 네트워크와 무선으로 통신할 수 있는 칩이 내장되게 된다.
다음으로, 개념적인 면에서 포스트 PC를 살펴본다면 지금의 컴퓨터 사용 환경이나 방식에서 사뭇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개인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하드디스크 안에 모든 정보를 담아 놓고,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구입해서 설치해 사용한다. 컴퓨터 성능이 높아질수록 그에 따르는 하드웨어 사양도 높아지고 요구하는 메모리나 그래픽의 수준도 높아진다.
개인은 자신의 컴퓨터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하며 하드웨어가 고장나거나 소프트웨어가 잘못되었을 때도 개인이 직접 고치거나 기술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하지만 포스트 PC에서 개인용 컴퓨터의 개념은 아주 쉽고 간단하다. 즉, 우리가 전화기를 사용하거나 텔레비전, 오디오 등을 사용하는 것처럼 조작이 쉽고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적어지게 된다.
컴퓨터는 가장 기본적인 하드웨어만 장착하고 컴퓨터를 켜면 곧바로 인터넷에 자동으로 접속되고 모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각종 소프트웨어는 아주 적은 돈을 내거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원상복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초보자들도 큰 어려움 없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컴팩 컴퓨터와 IBM에서는 이런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휴대용 PC를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게 되면 지식의 공유와 보편화가 이루어지고 정보 독점이나 정보의 권력화는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미 인터넷의 확산으로 정보 공유와 여론 민주주의의 확산이 보편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휴대용 PC로 발전하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산골 오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나이 많은 노인들도 쉽게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는 더욱 크다.
가전제품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가사 노동의 비중과 역할이 상당히 많이 달라지게 된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해오던 가사 노동이라는 인식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가전제품의 네트워크는 이런 의식을 송두리째 흔들게 된다.
누구든지 컴퓨터를 통해 집에서나 외부에서 밥을 할 수 있고 설거지도 식기세척기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되며 빨래와 건조도 세탁기가 자동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어서 사람이 직접 할 일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여성은 가사 노동에 묶이는 시간이 줄어들고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며 한 가족이 모두 평등하게 가사노동을 하기 때문에 성의 역할이나 가족의 역할이 보다 평등해지게 되는 것이다.
포스트 PC의 전망과 방향은 아직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몇 가지 방향에 대한 가능성만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과 앞으로 10년 이내에 구현 가능한 기술을 중심으로 포스트 PC의 형태를 그려보자.
휴대용 컴퓨터의 보급과 무선 인터넷 접속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 전화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휴대용 컴퓨터를 들고 다니게 되고, 무선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무선 홈 네트워크가 등장한다.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으로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칩이 들어가고 일정한 거리 안에서는 자동으로 통신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었다. 사람들은 휴대용 컴퓨터나 집에 있는 PC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데스크탑 PC의 성능은 지금보다 최소 100배 이상, 빠르면 1000배 이상 빨라지게 된다. 많은 휴대용 컴퓨터와 무선 인터넷의 확산에도 데스크탑 컴퓨터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더욱 빨라진 네트워크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으며, 영화, 원격 진료, 원격 교육 등 동화상으로 진행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인터넷(네트워크) PC가 사용된다. 이 PC는 지금의 PC처럼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있지 않고 최소한의 하드웨어로 되어 있으며 컴퓨터를 켜면 곧바로 인터넷(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각종 소프트웨어, 사무용 소프트웨어, 게임 소프트웨어 등은 개별적으로 구입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각각의 프로그램 기능 가운데서 필요한 기능만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작업한 파일과 데이터들은 네트워크에 저장되며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하면 곧바로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다.
인터넷 역시 현재의 인터넷으로는 접속하는 사용자의 증가를 감당할 수 없으므로 포스트 인터넷으로 바뀌게 된다. 즉, 더 빠르고 더 많은 네트워크가 연결되게 되고 빠른 속도를 위한 기술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
인터넷의 정보들은 대부분 무료로 얻을 수 있지만 중요한 정보들은 점차 유료로 바뀌게 되어 필요한 정보는 돈을 주고 사야만 한다. 따라서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포스트 PC의 미래는 밝지만 개인들 모두에게 장밋빛은 아니다. 정보화의 빛에는 반드시 그늘도 있기 마련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빠른 시간 안에 화려한 미래가 펼쳐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포스트 PC의 미래는 바로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백건우(kwbaek@ahnlab.co.kr)
안철수연구소 보안컨설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