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Sic of Septimus Brope
셉티머스 브로우프의 숨은 죄


사키





"브로우프라는 이는 도대체 뭣하는 사람인가요?" 클로비스의 백모가 불쑥 물어봤다.

  시든 장미 송이를 무심히 가위로 자르고 있던 리버시즈 부인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긴장했다. 이 부인은 구식 마나님으로서 자기집에 들어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터였다.

  "내가 알기로는 리튼 버자아드에서 왔다는데‥‥"이렇게 그에 대한 이야기의 말머리를 꺼냈다.

  "오늘날같이 교통이 발달한 이때에 리튼 버자아드에서 왔다고 해서, 그리 대한한 것이라고 치켜들면서 칭찬할 건 없지 않아요.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은 오히려 그의 조바심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고향에서 어떤 혐의를 받고 떠났다든가 혹은 그곳 사람들의 고질화된 참을 수 없는 경박성에 대해 더 견딜 수가 없어서 떠나왔다면, 그 인간과 그의 사명에 대해서 다시 봐야겠지만." 한가로이 푸른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던 클로비스가 말했다.

  "도대체 그의 직업이 뭐예요?" 트로일 부인은 다시 한 번 점잖게 따졌다.

  "성당월보를 편집하고 있답니다. 그는 옛날부터 전해 오는 천주교의 집기며 부속 건물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떠 비잔틴의 예배의식이 오늘의 예배의식에 대하여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등등 이 방면에 대한 조예가 깊답니다. 원래 성품이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위인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다같이 한지붕 밑에서 살기에는 좋은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쾌한 인상은 주지 않으리라고 믿는데, 어떻습니까?" 하고 주인 마나님이 물었다.

  "인상이 불쾌한 건 말할 나위도 없고, 더구나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우리집 하녀와 연애를 하고 있지 않겠어요, 글세."

  "세상에! 저런 변이 있나! 브로우프 씨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리버시즈 부인은 하도 기가 막혀 입을 딱 벌렸다.

  "그 사람이 어떠한 꿈을 지니고 있는지는 내가 알 바 아니고, 다만 하녀들이 드나드는 홀에 색정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집 하녀와도 대낮에는 만나지 않습니다. 하여간 그가 색정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부인이 잘못 본 건 아닌가요? 세상 사람이 다 그렇다 해도 그이만은 그렇지 않을 텐데요." 리버시즈 부인은 자기 생각을 고집했다.

  "제 생각은 정반대인 걸요. 세상 사람이 다 가만 있어도 그거 앞장설것입니다. 틀림없이 그는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라고 봅니다. 물론 떳떳한 연애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도 아름다운 필치로 성당 건물에 대한 이야기며, 비잔틴의 영향에 대한 글을 쓰는 그가 그러한 부도덕한 행위를 하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데요. 그를 비난할 만한 뚜렷한 증거라도 있나요? 물론 부인 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고 그를 쉽사리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겠어요?"

  "남이 비난하는지 않는지에 대해서 자신은 알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의 방이 바로 우리집 화장실 옆에 붙어 있거든요. 두 번이나 나는 그가 '나는 플로리이를 사랑합니다.' 하며 애원하는 것을 벽을 통해서 들었어요. 그때 그는 내가 엿듣고 있었던 것을 절대로 알지 못했었어요. 아시다시피 위층 벽은 얇아서 옆방의 시계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댁의 하녀 이름이 플로렌스였던가요?"

  "플로린더라고 부릅니다."

  "하녀의 이름치고는 아주 멋지네요."

  "내가 지어준 것이 아니고 우리집에 올 때에 이미 갖고 있었어요."

  "나는 하녀를 두었을 때 이름이 내 귀에 거슬리면 무조건 제인이라고 부리기로 했답니다. 얼마간 그들도 그 이름에 익숙해지게 마련이거든요."

  "그럴듯한 생각이에요! 그런데 불행히도 나한테는 제인이라는 이름이 귀에 익군요. 그게 바로 내 이름인 걸요." 이렇게 말함으로써 브로우프 씨에 대한 리버시즈 부인의 변명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계속해서,

  "문제는 내가 우리집 하녀를 플로린더라고 부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브로우프 씨가 우리집 하녀를 플로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데 있지 않겠어요? 그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고 자기의 견해를 밝혔다.

  "가요곡 속에 나오는 여자의 이름을 반복해서 읊을 수도 있다고 보는 데요. 여자의 이름이 후렴으로 반복되는 노래가 시중에는 많지 않아요, 왜?"

  그러고는 이 방면에 대한 권위자를 대하듯이 클로비스를 향해서 눈길을 돌렸다가 다시 계속해서, "저를 메어리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하고 가요곡이 한 구절을 말했다.

  "믿을 수 없는 데요. 그리고 부인의 이름은 메어리가 아니라 헨리에타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멋대로 이름을 고치시기에요?"

  "가요곡의 후렴을 말한 것이지 내 이름을 말한 것이 아니에요. 또 이런 노래도 있지 않아요? - 로우다는 파고다를 지킨다. - 또는 - 메이지는 국화꽃 - 등등 이런 등 속의 노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의 입에서 이런 저속한 노래가 나오는 것도 문제이긴 하지요. 그러나 의심스런 점이 있다손 치더라도 신의로 봐야 하지 않겠어요?"

  "나도 확실한 증거를 잡을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지요." 이렇게 말하고는 상대방이 다시 말을 계속해 주기를 간청하는 기색을 보이자. 마음속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입을 꼭 다물었다.

  "확실한 증거라구요? 어서 말해봐요."

  "내가 조반을 먹고 이층으로 올라갔을 때 마침 브로우프 씨가 내 방앞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그때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서류뭉치에서 종잇 조각 하나가 마루에 떨어지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나는 종이가 떨어졌다고 일러주려고 했으나 웬일인지 그 말이 목에서 나오질 않았어요. 그리고 그가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나는 몸을 숨기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가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나는 몸을 숨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시간에 내가 방에 있다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고, 플로린더만이 방을 치우려고 방안에 있을 때죠. 그래서 나는 그 종잇조각을 주워봤어요."

  트로일 부인은 허둥지둥 시든 장미 송이를 따다가 그만 실수해서 막피어나는 장미 한 송이를 같이 땄다.

  "그 종이에는 뭐라고 적혀 있었던가요?"

  "연필로 <나는 플로리이를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었고, 그다음 부분은 지워져서 희미했는데 그래도 알아볼 수는 있었습니다. <느티나무밑에서 만나줘요.>라고 적혀 있었어요."

  "우리집 정원 끝에 느티나무가 있긴 하지요."

  "암만해도 사실 같군요." 라고 클로비스가 자기 소견을 말했다.

  "우리집 지붕밑에서 그런 추문이 일어나다니!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하고 리버시즈 부인은 분개해서 말했다.

  "방안에서의 연애를 굳이 탓할 이유야 없겠지요. 오히려 나는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걸요. 이것은 지붕 위에서 연애하는 고양이 족속보다 인간이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클로비스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브로우프 씨에 관해서는 알 수 없는 점도 있었어요." 리버시즈 부인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우선 그의 수입면을 생각해 보면 성당월보의 편집인으로서 연수입은 겨우 2백파운드에 지나지 않거든요. 내가 알기로는 그의 가족들도 가난합니다. 그리고 별다른 사사로운 수입도 없구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웨스트민스터에다 버젓이 사무실을 가지고 있고, 브루제 같은 곳으로 매년 외국여행도 하고, 그리고 옷은 항상 잘 입고, 뿐만 아니라 사교계절을 맞으면 파아티도 연답니다. 그래 1년에 2백 파운드의 월급장이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겠어요?"

  "다른 신문에 원고라도 쓰나요?" 트로일 부인이 물었다.

  "천만에요. 그는 교회건물에 관한 연구를 깊이 파고 들어갔으므로 전공분야의 폭이 좁답니다. 한 번은 여우 사냥 중심지대의 건물양식에 관한 논문을 오락잡지에 실으려고 해봤으나, 일반 독자의 흥미거리가 못 된다고 해서 퇴짜를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가 쓰고 있는 글로는 지금의 생활을 지탱할 수가 없다고 생각 됩니다."

  "아마 미국광신도들한테 교회 설계도라도 파는가 보죠." 라고 클로비스가 귀띔했다.

  "그런 허황된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어요."

  "그가 무슨 수단을 써서 생활비를 보충하든간에 나로서는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한가한 시간을 우리집 하녀와 연애하는 걸로 메우는 일은 말아주어야겠어요."

  "물론이죠. 당장 손을 끊도록 해야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요?"

  "방지책으로 느티나무 주변에 가시철망을 쳐보시지요?" 라고 클로비스가 말했다.

  "이런 심각한 사태가 그런 간단한 방법으로 방지되리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얌전한 하녀를 두는 것도 복이죠." 리버스즈 부인이 말했다.

  "그렇구말구요. 그애라두 없으면 어떻게 할지 몰라요. 능란한 솜씨로 머리도 만져준답니다. 그애가 우리집에 오고 난 뒤로는 머리에는 신경을 안쓴답니다. 벌써 점심때가 됐구먼요."

  셉티머스 브로우프는 안절부절 못하고 무엇엔가 홀린 사람 같았으며, 클로비스는 조용히 이것을 관찰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새 종류 중에서 로오리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새가 없을까?" 브로우프는 혼잣말처럼 느닷없이 말문을 열었다.

  "잉꼬 종류를 로오리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러나 소용은 없을 것입니다."

  브로우프는 놀라는 기색으로 클로비스를 응시했다.

  "소용없다는 것이 무슨 말이요?" 말 속에는 불안스런 기색이 섞여 있었다.

  "플로리이와 운이 맞지 않으니까요."

  이 말을 들은 브로우프는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는 놀라는 표정이 엿보였다.

  "어떻게 알았지요, 내가 플로리이에 대한 운을 찾고 있는 것을?"

  "글세, 나도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생각해 봤을 따름이죠. 말을 고르는 것으로 미루어 단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브로우프는 얼빠진 사람 같아 보였다.

  "내 비밀을 좀더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요?"

  클로비스는 조용히 웃을 뿐 말이 없다.

  "어느 정도로 알고 있나요?" 브로우프의 궁금증은 더해 갔다.

  "정원에 있는 느티나무."

  "저런! 어딘가에 떨어뜨렸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그걸 가지고 나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봤군요. 종잇조각을 돌려주지 않겠습니까? 뭐 부끄러울 것은 없지만 이 사살이 알려지면 성당월보의 편집자로서 입장이 좀 난처해질 것 같아서요. 그렇지 않겠어요?"

  "그렇지는 않을 겝니다."

  "그것으로 어지간한 돈을 벌 수 있답니다. 월간지 편집만으로 이만한 생활을유지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죠."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클로비스는 아까 브로우프가 놀란 것 이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놀라움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플로리이로 돈벌이를 한다구요?"

  "아직 플로리이는 돈벌이가 안 됩니다.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되기에 말합니다만 플로리이에 대해서는 정말 힘든 점이 많습니다. 이것 말고도 또 많이 있어요."

  클로비스는 계속 담배를 피우고 있다가 "재미있는 이야긴데요." 하고 나서는 곧 <이것 말고도 또 많이 있어요>라고 하던 말에 생각이 미쳤다.

  "그밖에도 많아요. 그 한 예로서 이런 것도 있어요.

    붉은 산호 빛 입술의 코라

    그대와 나 영원히 다툴 일 없으리

  이것은 초기의 성공작입니다. 아직도 이 노래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고료를 지불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런 것들도 있어요 - 에스메랄드! 나 그대 처음 만났을 때 - 아름다운 테레사! 나 얼마나 그대를 사랑한다고 - 이 두 노래는 상당히 유행했답니다."라고 말하고 나서 브로우프는 얼굴을 붉히고 다시 말을 계속했다.

  "또 하나 무시무시한 것이 있는데 수입은 많았어요.

    넓적한 개발코를 가진

    쾌할하고 아름다운 나의 루시이

  물론 나 자신이 이런 등 속의 속가를 싫어합니다. 이런 것들을 쓰다가 보니까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자들을 증오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정적인 수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구요.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만일<붉은 산호 빛 입술의 코라> 를 비롯해서 여러 가요의 작가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나의 종교적인 면에 있어서의 모든 위신은 여지없이 추락되기 마련입니다."

  클로비스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래서 동정적인 어조로 특별히 플로리이에 대해서 애먹는 이유가 무엇인가고 물어봤다.

  "아무리 애를 써도 플로리이는 서정적인 형태에 맞출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고민입니다. 가요곡의 가사를 만드는 데 있어서의 요결은 대중이 쉽사리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상적이고 감미로운 냄새를 피우게 하고, 주인공의 생애를 드러내 놓아야만 되는 것입니다. 지난날의 행복이 기록되든가 즐거운 앞날의 약속이 나타나게끔 작사해야만 되는 것이죠. 여기 또 하나의 예를 이런 노래도 있어요.

 

    우아한 소녀 마비스

    그대는 정녕 나의 귀여운 작은 새

    내가 버는 돈은 몽땅

    나의 마비스를 위한 것

  이 노래는 지나칠 정도로 자지러진, 감상적인 왈츠가락의 삼박자로 불리었던 것입니다. 블랙풀의 유흥가에서는 몇 달 동안 이 노래만이 불리었어요."

  클로비스는 자제력을 상실하고 "지금 당신의 가요곡의 가사를 듣고 나니 어젯밤 우리에게 말해준 콥트 교회와 초기 기독교 예배에 관한 당신의 엄숙한 논문이 새삼 회상되는 군요." 하고 중얼거렸다.

  브로우프는 신음에 가까운 한숨을 쉬었다.

  "만일 대중들이 이 처참한 애수조의 가요의 작사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나의 일생을 통해 쌓은 공에 대한 그들의 존경심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것입니다. 사실 터놓고 말이지 고대의 예배 의식에 대해서 현존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는 나만큼 소상한 사람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 문제를 가지고 논문집을 발간할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본색이 드러나면 전국을 순회하는 흑인 악극단 가수의 입에 오르는 노래의 작사자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것입니다. 플로리아를 소재로 해서 어떻게 하면 사탕발림의 광상곡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풀로리이를 정말 미워하게 되었는데 당신은 내 심정을 알 수 있겠소?"

  "왜 감정을 자유롭게 나타내고 용어를 마음껫 구사하지 못하지요? 대담하게만 표현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신기하다는 이유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 점은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대중에 대한 아부 근성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해 왔으므로 결국 구태의연한 방법을 고수했던 것이죠."

  "문체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감상조의 시상을 뒤집어서 은유법의 언어구사에만 노력하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노래를 지으세요. 그러면 내가 후렴을 적당히 잘라버리도록 하지요. 그리고 고료의 반만을 나의 몫으로 주세요. 그러면 당신의 비밀에 대해서는 내가 침묵을 지키리다.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교회 건축과 비잔틴 의식 연구에 헌신하고 있는 사람으로 우러러 볼 것입니다. 다만 긴긴 겨울밤에 모진 바람이 굴뚝으로 쏟아져 내리칠 때라든가, 또는 비가 창가에 부딪칠 때에 나 혼자만이 - 붉은 산호 빛 입술의 코라의 주인공을 생각하리다. 물론 당신이 나의 침묵에 대한 대가로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휴일에 나를 아드리아 해변이라든가 혹은 거기와 대등한 재미있는 곳에 초청한다면 거절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그날 오후 클로비스는 백모와 리버시즈 부인이 재코빈 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플로리이에 관한 이야기를 브로우프 씨와 이야기했어요." 클로비스가 말문을 열자, "잘했어! 그래 뭐라고 하던가?" 하는 말이 두 부인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내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솔직하게 대하더군요. 그의 생각은 퍽 진지했어요. 짝이 좀 기운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의 연애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설명해 주었어요. 그는 자기의 본심을 알아줄 것을 바라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영국 안에는 보다 더 훌륭한 여자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며, 또 플로린더는 백모의 머리를 손질할 줄 아는 단 하나의 여자라는 것도 일러주었어요. 그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이 말을 알아듣더군요. 그리고 그가 어릴 때에 뛰놀던 국화꽃 핀 리튼 버자아드의 들판을 상기시켰더니 그는 확실히 감동하는 눈치를 보이더군요. 어쨌든 그는 플로린더를 잊도록 노력하겠노라고 나한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잠깐 외국으로 여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그와 함께 떠날 참입니다. 봉사의 대가로 백모님이 나한테 타이핀을 하나 사준다면 거절할 생각은 꿈에도 없습니다. 외국에 간다고 해서 몸차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그후 몇 주일 뒤에 블랙풀의 유흥가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면 그것은 어김없이 다음 가사의 노래였다.

    플로리이! 그대 푸른 눈동자로

    왜 그리 뚫어지게 쳐다보나요.

    플로리이! 그대 나와 결혼하면

    영락없이 후회하리다.

    플로리이! 비록 게으른 나의 말이나

    이것만은 진실로 믿어주어요.

    플로리이! 그대 나와 결혼하면

    영락없이 싸움만 하게 되리다.

-end-